대표님 8월 인사 상세보기
제목 | 대표님 8월 인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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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사무국 | 작성일 | 2017-08-02 | 조회수 | 4610 |
바람씨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까 어제와 다른 바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장마가 사실상 끝이 났다고도 합니다.
천둥치면서 요란하게 아침을 긴장시키더니 팔월 문턱에서 물러서나 봅니다.
하늘은 훌쩍 자랐습니다. 저 먼 산 꼭대기까지 높아졌습니다.
버즘나무 이파리가 햇빛을 반사하는 것도 새롭게 보이는군요.
하루 사이 달라진 풍경이 많기도 합니다.
초복 지나고 중복 지났으니 말복이 남았나요.
아깝지 않으니 얼른 내주고 말까 싶기도 합니다만 오늘 같으면 좀 더 두고 볼일 같습니다. 삼복더위에 한마디씩 자라서 세 마디가 자라면 배동이 선다고 합니다. '배동'은 '벼의 이삭이 나오려고 할 때 배가 불룩하여지는 것을 말합니다. 또 '배동바지'라 하여 벼가 알을 밸 이 무렵을 이르기도 합니다. 팔월은 그렇게 오곡이 알을 배고 여름 하는 계절입니다.
사람이 주식으로 삼는 대부분의 곡식은 바람이 만든 것들입니다.
벼, 보리, 밀, 옥수수 등등 바람씨를 받아서 여무는 것들입니다. 물론 밤 대추 은행 처럼 바람이 열매를 맺게 하는 과일도 없지는 않습니다. 바람에 의지해 열매를 맺는 것들을 농사짓고 감사하면서 살아온 조상들은 자연에 대한 깊은 성찰에서 비롯된 것 같습니다. 바람은 배 불리 먹고 나누는 풍요가 되고 하늘과 땅 사이에 평화롭기를 바라는 염원이 되기도 합니다.
오뉴월 하루 볕에 크고 철 따라 부는 바람에 여무는 것이 곡식만은 아닙니다. 한달한달 무럭무럭 자라는 아이들 역시 바람씨입니다. 아이들을 가까이 바라보고 있으면 그런 생각이 절로 듭니다. 바람은 기다림입니다. 자연의 조화로 만들어지고 무더위에도 가지 끝에 머무는 기다림입니다. 아이들 또한 기다림입니다. 바람처럼 자유롭고 거침없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태풍이 다가오고 있다 들었습니다. 해마다 찾아오는 팔월 손님이니 마다하기 싶지 않을 것입니다. 노여워하지 않고 다독다독 지나가는 아기노루이기를 바래봅니다.
무성하게 자란 잔디를 깎고 무더위에 벗어 놓은 버즘나무 껍질을 쓸면서 맞이하는 팔월입니다. 건강하십시오. 고맙습니다.
2017. 8. 잉 화 달 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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