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님 인사 - 장마앞에서 상세보기
제목 | 대표님 인사 - 장마앞에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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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사무국 | 작성일 | 2017-07-03 | 조회수 | 4703 |
장마 앞에서
유월은 편지를 붙이기도 전에 지나가 버렸습니다. 다른 달보다 짧아서도 아니고 게으른 탓입니다. 굳이 핑계를 찾아보자면 폭염과 가뭄으로 걱정이 많아서였다고 해야 하겠습니다. 어제는 비가 쬐금 내렸습니다. 얼마 만에 듣는 빗소리인지 세상에 이렇게 빗소리가 정겨웠었나 싶고 아름답기까지 했습니다. 방에 앉아 듣기 아까워 밖에 나와 맞이했으니 말입니다. 참새는 그사이에도 여념 없이 벌레를 찾아 두리번거리고 너무 일찍 오시다말고 가시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솔잎 끝으로 방울 맺히는 목마름으로 가셨습니다.
생기 없이 비들거리는 포포나뭇잎을 보며 누렇게 단풍지는 계수나무를 보며 게으름을 나무라보지만 하느님의 게으름보다 덜하겠지 하면서 일기예보를 듣습니다.
말은 장마입니다. 마른장마입니다. 장마라는 말만으로도 눅눅하고 지겹다 생각이 들었는데 언제부터인지 비 소식 없는 장마철이 돌아옵니다. 흔하디흔한 ‘물처럼 쓰던’ 물이 “날 물로 보는 거야” 하는 날이 오고 있습니다.
일회용이라는 말을 다시 생각해봅니다.
적당한 양보다 돈이 많아서 또는 필요한 양보다 넘치는 풍요로움인가요.
돈의 양으로 쓸모를 정하는 습관의 잘못이 일회용을 늘리는 것은 아닐까 합니다. 한치 앞을 생각하지 못하는 일회용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물을 물처럼 쓸 수 있을텐데 말입니다. 돈을 물처럼 흔하게 쓰면서 살아보고 싶었던 민초들이 물마저 마음대로 쓰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사실이 안타깝습니다. 맑고 깨끗한 물이라도 풍족한 세상이 다시 올 수 있을까(?) 아마 그런 날은 없을 것 같습니다.
말라가는 저수지를 보면 끔찍하기가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제일 낮은 수로로 연결되는 물구멍 주변으로 몰린 물고기 주둥이가 하늘을 향해 절규하는 듯, 어느 순간 우리 인간의 모습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법 없이 살고 돈 없이 살 수 있는 세상은 이제 우리 앞에는 없는 세상 같습니다. 한라산 백두산물 사서 마시고 지리산 공기 사서 마시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일회용사고가 세상을 일회용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물도 공기도 일회용이 아닙니다. 단한가지 돈만이 일회용일뿐.
장마가 오면 지겹다는 말은 절대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순하게 왔다 가는 벗처럼 대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7. 6. 잉화달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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