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대표님 인사. 상세보기
제목 | 9월 대표님 인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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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사무국 | 작성일 | 2016-09-02 | 조회수 | 5029 |
情이 들다.
마을에 우물이 사라진 지 오래되었습니다. 사람이 모여 살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생필품입니다. 가족공동체를 상징하는 말이 한솥밥(鼎)이라면 마을공동체는 한우물(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리 셋 달린 솥을 상형한 글자가 鼎입니다. 네발보다 기우뚱거리지 않고 안정감 있게 놓을 수 있다고 합니다. 땅에서 저절로 솟아나오는 새암과 달리 우물은 땅을 파서 먹을 물을 구하던 시설입니다.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나무나 돌로 쌓아 놓은 모습을 상징하는 글자가 井입니다.
사단칠정(四端七情)에도 없는 우리 고유의 정서 情과 동일한 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솥밥 먹고 한우물 길러 생활하던 사이에서만 알 수 있는 것이 情이라는 의미인 듯합니다. 情은 가식하지 않은 그대로의 마음이기도 합니다. 미운정 고운정이라는 말의 속뜻이 아닐까 합니다. 정은 든다고 표현합니다. 어딘가에서 들어온다, 누군가로부터 물들다, 시나브로 젖어들고 또 바래지는 오묘함입니다. 情은 길드는 것일 수 있습니다. 어린왕자와 여우의 관계처럼 길들어 감에 시간과 사이가 필요한 것입니다.
공동체를 생각하다보면 묘하게 우물에 빠지곤 합니다. 어릴 때 우물가에서 놀았던 기억도 한몫을 하겠지만 비단 그것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정전(井田), 정전법이라는 토지제도가 맴돌고 있었습니다. 시대가 다르니 부연설명은 불필요한 논쟁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소득을 9:1로 나누어 공동의 영역을 만들어 가려했던 공동체의 기본 이치만 보고 하는 말입니다. 내 덕과 누군가의 덕이 9:1로 나눌 수는 없겠지만 모여살기 위해 열의 하나는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그것이 물질이든 마음이든 상관없을 것입니다. 情을 느끼고 있는 곳에 내어놓아야 할 만큼의 잣대로 생각한 것이 井이라 여긴 듯합니다. 음악기호 중에 반음을 올리라는 의미를 가진 #이 있습니다. 우리 공동체가 우물같은 존재, 반음을 올려주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동음동형을 가지고 이야기 해봤습니다. 우리는 이미 걱정하지 않아도 될만큼의 情이 솟아나고 있으니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건들팔월이라지요. 추석이 들어 있어 후딱 지나겠지요.
환절기 무탈하시기를 바랍니다.
받아주셔서 고맙습니다.
201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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