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게 바라보기 상세보기
제목 | 낯설게 바라보기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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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김기태 | 작성일 | 2015-07-15 | 조회수 | 3267 |
긴 가뭄 끝에 비가 내렸습니다.
기다리던 비가 그치고 한나절에 한뻠씩은 자라는 풀을 보고 질색하게 됩니다. 텃밭은 가꾸는 이의 마음 속 같습니다.
우리가 공동체를 만들고 함께 하는 이유는 더 잘살기 위함이 아닙니다. 원아 모집이 더 잘 되고 그래서 돈을 더 벌 수 있다는 생각으로 모인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각자 나름대로 현장을 통해 느끼고 생각한 바를 함께 풀어 가보자는 뜻이 모아진 것입니다. 더 나은 생각으로 원을 운영하고 더 나은 환경에서 아이들을 기를 수 있겠다는 믿음으로 공동체를 꾸린 것입니다.
지난 사회적기업인증심사에서 중부권생태공동체의 비젼을 들은 심사위원 왈 “국가도 할 수 없는 일을 하시겠다는 것이냐” 하더군요. 어쩌면 옳은 지적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가 무엇일까요. 누가 만들었을까요. 내가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가 만드는 것입니다. 뜬금없는 얘기로 들릴지 모르겠습니다.
우물안 개구리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물에 빠진 개구리가 하늘만 쳐다보는 풍경을 시골에서 보고 자란 터입니다. 훌륭한 비유 같습니다.
한동안 아파트 7층에서 살아본 경험이 있습니다. 요즘 철이 아닐까 합니다만 베란다에 종종 청개구리가 올라왔습니다. 대단한 내공이라 생각했습니다.
생태공동체 편지를 처음 쓸 때 생각이 납니다.
막막하고 답답한 마음이 혼자만의 심정은 아닐 듯하여 함께 가보자 했습니다. 모르는 길을 쉽게 나서지 못하는 것은 두려움때문일 것입니다. 여행에서 흔히 말하는 어디로 가느냐가 아니고 누구와 함께 가는가가 중요하다는 말이 위안을 줍니다.
무일(無逸)이란 낯설게 살기입니다.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이 때론 여행을 꿈꾸고 때론 새로운 도전을 계획하게 합니다. 내 주변을 낯설게 바라보는 것에서 새로운 시작이 가능합니다. 버리는 것이 시작입니다. 내어놓는 것이 함께하는 길입니다. 지금껏 그랬던 것처럼 메아리로도 돌아오지 않는 허허로움을 기쁘게 나눌 수 있을 때 낯설게 사는 연습이 되어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게으름이 바랭이 벋어가듯 하더니 한순간에 길을 덮었습니다. 다시 호미를 들어야겠습니다.
2015.7.
잉화달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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